




빙과 11화, 영화는 좋은 반응을 거두었지만, 남주인공 '오레키 호타로'의 추리는 전에 없이
난타를 당합니다. 이바라, 사토시, 마지막에는 치탄다까지... 차례차례 찾아와서 각자 자신
의 관점에 입각해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호타로의 추리에 의문을 제기하더군요.
이바라는 '그럼, 밧줄의 용도는 무엇이냐'고 묻고, 사토시는 '카메라맨이 범인이라는 트릭은,
홈즈 정도만 읽고 각본을 쓴 학생이 생각해 낼 법한 트릭이 아니다'라고 진지하게 논평하며,
치탄다는 '각본을 쓴 학생의 마음이 신경쓰인다. 친한 친구가 병상으로 찾아가서 물어볼 수
도 있었을텐데, 혹시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하는 식으로 자기 나름대로 새
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친구들의 날카로운 논평 때문에 호타로는 거의 멘탈 붕괴(...)를 당할 뻔한 분위기.
정신이 아찔해 지면서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처음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모든 것을 다른 관점에서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기 시작하는데... 그
결과 자신이 이리스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리스와 다시 마주한 호타로는
전에 없이 무서운 눈초리로, '이제 보니 나는 탐정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각본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추리 작가 노릇을 하고 있었다.'면서 날카롭게 상대방에게 따지고 듭
니다. 사실 원래 각본을 쓰기로 했던 학생은 사람이 죽는 내용을 싫어하는지라 사망자는 몇
명이 좋겠느냐는 앙케이트 결과를 무시하고 사망자 없는 해피 엔딩을 만들고자 했던 모양입
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각본가가 촬영에 참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촬영팀이 '사실은 안 죽었다'라
는 반전이 나올 여지를 없애 버리고 희생자가 완전히 죽었다는 전제하에 촬영을 해버렸다고
하네요. 이렇게 되자 앙케이트 결과를 무시하면서까지 '희생자 0'을 만들려고 했던 각본가의
계획은 완전히 엉망진창. 호타로는 이리스가 그런 상황에서 각본을 맡은 학생이 비난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거짓으로 병이 든 것처럼 만들고 고전부 멤버들까지 초대해서 남은 각
본을 채우는 '추리 소설 컨테스트'를 연 게 아니냐고 말합니다. 이리스는 틀렸다고 부정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것도 완전히 정확한 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이리스가
누군가와 채팅 (호타로의 누나로 추측)하는 장면에서 드러난 사실입니다만, 이리스는 각본가
를 보호하려던 게 아니라 각본이 너무나 재미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강판시키고 재미있는
결말을 만들어줄 대체자를 찾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리스는 오직 프로젝트의 성공만을 원
했던 거라고 하네요.)
어쨌든 각본가를 보호하려던 것이냐 강판시키려고 했던 것이냐의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호타로가 영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대타로 이용된 건 사실이죠. 호타로는 '죽은
것처럼 보인 희생자가 사실은 살아있었다면 문제는 간단하다'면서, 가해자는 밧줄을 이용해
서 2층에서 1층으로 침입한 뒤 피해자를 찌르고 도망친 거라고 추리합니다. 피해자는 오히려
가해자를 이해하고 감싸주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쓰러졌다는 것. 각본을 쓴 학생
은 워낙 착하고 해피 엔딩을 좋아하는지라, 죽은 사람 없이, 피도 최소한만 사용한 채, 서로가
서로를 감싸주고 이해하는 훈훈한 내용을 만들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이래서는 피가
난무하는 자극적인 내용을 원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가 없겠죠. 이리스가 각본가를 강판시
키려고 했다면 그 심정도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갑니다.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내용
이었네요.
그동안과는 달리 남주인공 호타로가 실수를 하기도 하고 꼼짝없이 이용당하기도 하면서, 친구
들에게 난타(?)를 당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고 전에 없이 분노하기도 하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으며 다른 때보다 훨씬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졌던 한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니,
남주인공 호타로는 머리가 좋기는 하지만 완벽초인은 아니고, 오히려 호타로의 누나가 더 무서
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드는데요. 다음편도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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